아버지께서 정년이라 곧 퇴직하신다. 그래서 집에서 아버지께서 노후를 준비하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요즘도 취업난이 심해 나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번도 왜 취업이나 창업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일주일 대부분을 바쳐 일하는 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영화 <인턴>을 소개한다면 아마 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인턴>에서는 70세의 노인이 인턴으로 취직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70세 노인 벤이 한 쇼핑몰 회사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으로 취직을 하고 그가 겪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자기소개부터 남다르다. '음악가들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들은 그들 안의 음악이 없을 때 멈춰요. 저는 제 안에 아직 음악이 있다고 장담합니다.' 이 정도의 워커홀릭이라니... 처음엔 회사 사람들이 벤을 어려워했다. 심지어 대표 줄스는 그에게 아무 일도 맡기지 않았다. 모든 게 아날로그인 벤은 신세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도전과 노력을 기울였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동료 직원들을 도왔다. 이런 벤의 노력은 회사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고 줄스의 비서로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벤이 일만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의 고민, 연애사나 가족사, 패션, 부동산 문제 등 인생 선배로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줄스도 '진짜 어른과 어른스러운 대화를 해서 좋았다.'라고 할 만큼 벤은 많은 이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벤의 회사 생활을 통해 우리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그저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닌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직업이자 직장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밥줄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회사 생활을 통해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벤은 이 시대의 젠틀한 노인을 대변하기도 한다. 세대 차이라는 말과 '라떼는 말이야', '꼰대' 등 우리 사회에서 연장자는 종종 암묵적으로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허나 영화를 통해 혹은 우리의 경험으로도 우리는 이분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음을 알고 있다. 이렇듯 회사라는 공간이자 세계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하고 하나로 이어주어 상호 발전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하나둘 배워가며 존중하고 맞춰나가는 게 어쩌면 회사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이뤄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것에 인생의 모든 것이 있다.'라는 프로이트의 말이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비단 사랑과 일 외에 추억, 슬픔 등의 감정들도 인생을 구성한다.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한 빛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난관, 슬픔이 있기에 사랑이 깊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시간이 어느새 추억이 되어있다. 그래서 벤이 은퇴를 하고도 매일 정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서 어디든지 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회사가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해준, 처음 인턴이었던 그때의 마음가짐과 열정으로 살도록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건 회사가 아니었다.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인간관계가 우리가 진정으로 아껴야 할 가치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인간관계에 의해 배우고, 성찰하며, 발전한다. 그 과정에서 슬픔, 분노,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벤이 그랬던 것처럼 집을 나서서 끊임없이 부딪혀보고 경험해보자. 연장자의 조언이 그 당시 상황에서의 해법이라면 이렇게 얻은 경험은 평생동안 남아 우리를 도울 것이다.
<창조적 사고와 표현> 과제 중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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