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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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의 미학 ☘

hyuckee 2024. 12. 1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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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죽어가고 있다.
어린 나이에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전과 다르게 병들고 아파하는 날이 종종 있다.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는다.
다행인건 아직 살아있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 삶이 건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열정적으로 살았었지만
시간이 지나 새로이 알게 되는 것들에 갈대처럼 휘둘리고 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내 의사결정에 따라 항상 주체적으로 살고 있다.
그게 내가 휘청거릴 정도로 시기가 맞지 않을 뿐이다.
아직 이쪽으로는 성숙하지 못해서다.
 
신체는 제각기 발달을 마치는 시기가 있다.
단지 그 이후에는 성장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얼추 다 자라지 않았나 싶은데
작금의 순간순간에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느낀다.
좌절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
어려서 참 다행이다.
 
언젠가 이 행위를 반복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
만약 그때 내 안의 빈자리가 크다면
그만큼 상실감이 클 것 같다.
빈자리가 크지 않더라도 무언가 들어가야 할 자리라면
지난 날을 곱씹으며 후회할 것 같다.
빈자리가 스며듦으로써 채워질 수 있는 거라면
그때부터 무엇이든 나를 적시고
금새 나를 완성시키겠지.
이런 마지막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나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
배우자가 생기고, 가정을 꾸리면 또 달라지겠지만
지금의 나로 앞으로 평이하거나 저조하다면
나이 40이면 충분할 것 같다.
 
부디 이번만큼은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최선의 삶을 살고
계속해서 앞으로를 상상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보다 성숙한 내일의 나를 맞이한다.
아름답게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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