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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 없는 건 없다. 그럼에도,

hyuckee 2025. 4.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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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명은 발전을 거듭하며 점차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오늘에 익숙해질 때쯤 금세 어제가 되고,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기에도 하루가 벅차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적어도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랑이 영원불변한 감정이라 믿고 싶지만, 현실 속 사랑은 때때로 변하고 흔들린다. 사랑이 문제일까, 아니면 사람이 문제일까? 사랑이 부질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다시 사랑을 꿈꾼다. 사랑, 포기하면 안되는 걸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정답이 없는 사랑의 굴레에서 그럼에도 사랑을 지켜 나갈 이유를 제시한다.


    주인공 김우진은 잠을 자고 나면 몸이 변한다. 나이, 성별, 외모가 전부 달라지지만 내면만큼은 그대로다. 그는 얼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매일 새로운 자신에게 적응한다. 가족과 친구들도 그의 변화에 익숙해지려 노력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을 뿐 여전히 당혹스럽다. 그의 애인 홍이수도 오늘의 김우진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매일 다른 그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진다. 우진을 알아볼 수 없는 현실에 이수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고 결국 둘은 이별하게 된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겉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지만 그래도 첫인상은 관계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사랑을 시작하면서 맞지 않는 옷을 입듯 억지로 자신을 맞추려 한다면, 상대는 불편함을 느끼고 관계는 금방 일그러진다. 한결같이 사랑을 말하지만 일관적이지 않은 모습에 확신보다 불안이 커지고 ‘상대방이 변했다’고 느껴진다. 아무리 속은 그대로여도 보여지는 모습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다 같은 나라는 걸 알아도 네 앞에선 또 다른 나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이 어떨 땐 친구 같고, 어떨 땐 아이 같고, 또 어떨 땐 외계인 같다.

    반면, 우리는 같이 사랑을 해도 같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는 사랑에 내일을 기약하지만, 누구는 오늘에 남고 싶다. 사랑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사랑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사랑에 마주한 혼란과 상처에 움츠리게 된다.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의 방식이 다르기에 엇갈리고,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서로 마주보며 가까워졌지만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관계.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아니 알면서도 피하고 등져버렸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손쓸 수 없이 멀어져 뒤돌아볼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이제는 내 앞에 없는데, 남은 너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선명해지는 감정들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한다. 그럼에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곁에 있어서 아픈 것보다 곁에 없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반드시 한결같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변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영화 속 우진과 이수는 현실의 벽에 이별을 선택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이수는 다시 우진을 찾고,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한다. 이수는 우진이 어떤 모습이어도 자신은 그 안의 김우진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랑이란 그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걷는 것임을 보여준다.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결국 사랑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랑, 삶의 재발견> 과제 중
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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